제목 2017-1 근대 한국어문학 자료답사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7-07-08 조회수 24
학기 중의 가치 있는 쉼표

, ‘근대한국어문학자료답사를 다녀오다

 

 

#답사는 설렘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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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으로 국어국문학을 선택한 후 가장 먼저 해보고 싶었던 것은 답사를 가는 것이었다.

수학여행 같은 타과의 답사와는 달리 국문과의 답사는 전원일기를 연상케 하는 복장을 단체로 입고

년 전까지 인기리에 방영되던 TV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를 촬영하러 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답사를 신청해놓고 먼저 다녀온 선배들에게 후기를 물어보니, 근대한국어문학자료답사는 대학생활 4년 중에서 한 번은 꼭 가봐야 하는 것이고,

그 선택에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부푼 마음을 안고 2017424, 우리는 전라북도 진안군에 도착하게 된다.

 

#공기에 감동, 풍경에 감동, 용담면 감동마을과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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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계답사와 달리 춘계답사에서는 모둠별로 4일 동안 활동하게 된다.

한 모둠에 8~9명이 배정받고 모둠별로 한 마을씩 맡아 채록을 하는 방식이다.

나는 용담면 감동마을에 배정받았는데, 이름이 예쁜 마을이라 더욱 기대가 컸다.

4일 간 모둠원들의 안식처가 되어 줄 마을회관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굉장히 깨끗하고 신식건물이어서 놀랐다.

알고 보니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인데 감사하게도 이장님께서 학생들이 뜻 깊은 일 한다며 무료로 쓰도록 허가해주신 것이었다.

숙소가 회관 2층에 위치해있어서 안쪽에서 보는 바깥 풍경은 이것이야말로 눈호강이었다.

시원하게 뻗은 나무들 앞에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줄 수 있을 만큼의 맑은 강들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둠원들끼리 앞으로의 채록 계획을 회의한 후 근처 마트에서 사온 재료들로 수육을 해먹었다.

직접 만들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먹으니 수육이 스테이크처럼 느껴진 저녁이었다.

 

#본격적인 채록의 시작, ‘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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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둠은 8명이라 4명씩 팀을 나누어 움직이기로 하였다.

우리 팀은 용담면의 회룡마을을 담당했다.

마을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역시 마을회관이었다.

평상에 앉아 계신 어르신 한 분께 회룡마을에서 전해져 오는 이야기나, 노래를 여쭤봤지만 연세가 많이 드셔서 다 잊어버렸다고 하셨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마을회관이 하나 더 나오니 거기 가서 물어보라고 멋쩍은 웃음과 함께 우릴 배웅해주셨다.

어르신의 말씀대로 마을 깊숙이 들어가니 마을회관이 하나 더 있었다.

하지만 이른 시간 찾아가서 그런지 마을 주민 분들이 아무도 안계셨다.

씁쓸한 마을을 뒤로 하고 마을 가운데에 우뚝 선 느티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에게 다가오시더니 어디서 왔냐며 먼저 말을 건네주셨다.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을 설명 드렸더니 회룡마을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먼저 회룡이란 용이 돈다는 뜻이다. 지형 산세가 용이 돌았다고 해서 회룡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회룡마을을 호롱골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이유는 옛날 어른들이 회룡이라는 발음이 어려워 호롱, 호롱하셨다고 한다.

그 후로 이 마을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호롱불을 키는 마을이라 호롱마을인가 하고 마을 이름이 잘못 알려졌다고 한다.

마을 지명의 유래에 대해 알고 나니 벌써부터 이 마을과 친해진 것 같았다.

이번에는 마을 주민 분들이 지나갈 때마다 추천해주신 회룡마을의 명가수 고정순 할머니를 찾아뵙기로 하였다.

할머님을 뵙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실제로 뵙고 나서 노래를 들었을 땐 발걸음이 아깝지 않았다.

89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소녀 같은 목소리로 모 심는 노래를 들려주셨다.

이렇게 농촌 느낌 물씬 나는 할머님들의 노래를 듣고 있을 무렵 한 분의 아저씨께서 자전거를 타고 들어오셨다.

처음엔 고정순 할머니의 아들이신 줄 알았는데 회룡마을의 주민 분이셨다.

아저씨도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시며 역시나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셨다.

이때다 싶어 아저씨께도 채록할 만한 이야깃거리들을 부탁드렸지만

처음에는 귀찮아 하시다가도 보여줄 게 있다면서 마을회관 옆에 있는 호롱골 박물관으로 우릴 데려가셨다.

예전에 쓰던 각종 농기구와 책, 생활용품 등을 보여주시면서 하나하나 물건의 용도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그리고선 트럭에 타라고 하시더니 용담면의 대표적 유적인 태고정에 데려다주셨다.

도착하자마자 오르막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실망할 뻔 했지만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흐린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물과 바람에 씻긴 바위와 소나무가 오밀조밀 어울려서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정자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얽혀 있는데,

19113월 일본인들이 국고수입을 올리려는 구실로 태고정을 헌납이라는 미명 아래 압수하여 공매에 부치려고 했다고 한다.

이에 이 고장 사람들은 그들의 조상이 아끼며 풍류를 즐기던 곳을 빼앗기지 않기 위하여 이를 사들일 자금을 염출하려고 하였으나 돈이 없어 애태우고 있었다.

이 때 한 지방민이 자기의 사재를 털어 이 정자를 매수하여 다시 용담면에 기증하였다고 한다.

정자 안에는 송시열(宋時烈)이 쓴 용담현 태고정기가 있어 지역을 초월한 태고정의 가치를 엿볼 수 있었다.

용담면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다른 팀은 어떤 이야기를 들고 왔을지 호기심을 안고 숙소에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도 아저씨께서 안전하게 데려다주셨다.

정말 말 그대로 운수가 좋은날이었다.

 

 

#기록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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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작은 영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5000년의 긴 역사가 들어있다.

수많은 시간이 흐른 대한민국의, 전라북도의, 진안의 이야기도 이 역사의 한 부분에 자리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대학생인 우리들은 각자가 정한 꿈을 이루기 위해 정신없이 살아간다.

우리의 하루가 먼 훗날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멀리한 채 말이다.

이번 답사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시골마을의 역사와 분위기를 알아보고, 그 곳에서 겪었던 추억들도 남았지만 가장 크게 얻은 것은 기록의 소중함이었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내가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을 남겨둔다면 후에 살아갈 사람들이 굉장한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는 걸 느꼈다.

감동마을의 이야기와 노래를 채록하고, 전사하며 마을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시대별로 우리가 알고 있던 큼직한 사건 말고도

대한민국에 다양한 일들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답사를 통해 얻은 기록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그리고 아직 습관처럼 몸에 배진 않았지만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친구랑 수다를 떨었든 하루하루 인상 깊었던 것을 적는 중이다.

기사를 쓰다 보니 다시 답사가 가고 싶다. 다이어리에 적어야겠다.

이 기사를 읽은 학우들은 권장하지 않아도 근대한국어문학자료답사에 가고 싶어질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반드시 가보길 추천한다.

15 한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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